NOX · EPISODE 01
죽음을 거부한 백작
발레리우스 백작이 돌아왔을 때,
녹스는 벽난로 앞에서 죽어 있었다.
평소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잠든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번을 불러도 귀가 움직이지 않았다.
안아 든 몸은 가벼웠고,
발바닥에는 이미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성에는 수많은 하인이 있었지만
누구도 백작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백작은 날이 밝을 때까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왕좌에 앉아 있었다.
고작 이것이
끝이라고?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죽음을 많이 보았다.
적의 목을 베었고, 자신에게 반항한 자들을 성벽에 매달았다.
죽음은 언제나 그의 명령을 따르는 충실한 하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품 안에 놓인 작은 죽음만큼은 명령을 듣지 않았다.
백작은 성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오래전 교회에서 빼앗은 금서와 은으로 잠근 관, 이름을 잃은 성인의 뼛가루가 그곳에 있었다.
그는 바닥에 아홉 개의 원을 그리고,
각 원의 중심에 자신의 피를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마지막 원 위에 녹스를 내려놓자
성 전체의 촛불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작고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하아……
녹스가 눈을 떴다.
두 눈은 핏빛이었고 입가에는 전에 없던 송곳니가 돋아 있었다.
녀석은 되살아나자마자 몸을 낮추고 떨었다.
낯선 어둠과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피 냄새가 무서운 듯했다.
백작이 손을 내밀었다.
녹스는 한참을 망설이다 그의 손바닥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익숙한 망토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백작은 웃었다.
녹스. 이제 너는 나의 피를 나눈,
죽음 없는 고양이다.
죽음도 내 것을
빼앗아 갈 수는 없구나.